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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로간 묵향…‘황희’‘미물’ 세상 이치를 깨우다
Writer Admin Date 2017-05-23 09:37

국립현대미술관, 김호석 작가 초대

뉴욕타임즈 극찬황희’·신작생성

‘빛속으로 숨다주제 83점 수묵화 전시

닭·바퀴벌레 등 소재생명존중메시지

 

“빛 속에 숨는다. 숨는다는 건 자기를 감추거나 어둠 속에 숨는게 일반적이나, 햇빛 속에 교묘히 숨어버리면 숨는 듯 했지만 숨지 않고, 자신이 보이지 않으니 결국 숨는 것 처럼 보인다. 최근 우리 사회는 보이는 데 안보이고, 뻔히 드러나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그런 고도의 서술을 보였다

 

한 장의 그림에 담긴 스토리는 여느 철학자의 사색노트에 버금간다. 성철스님, 법정스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상으로 유명한 한국화가 김호석(60)의 이야기다

 

그가 한국 작가 최초로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초대전을 갖는다. 이 미술관에서 해외 생존작가가 개인전을 여는 건 독일 작가인 레베카 호른 이후 김호석 작가가 두 번 째다. ‘빛 속으로 숨다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사유와 개념, 종교와 철학의 근원지로 불리는 인도에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담아낸 작품들을 소개한다. 눈을 4개로 묘사해 뉴욕타임즈의 관심을 받았던황희를 비롯한 구작 53점과 미물을 소재로 작업한 신작 30점 등 총 83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가 성사되기까진 2년 정도가 걸렸다. 2015년 인도국립박물관과 2016년 인도 국제아트페어를 통해 김호석 작가의 작품이 인도에 소개됐고, 현지 전문가들의 호평이 쏟아진 게 개인전까지 이어졌다. 주인도한국문화원,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이 힘을 합쳤다. 그는수묵화의 여백이 인도인의 사유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인도의 큐레이터들이 제 작품 속 여백에 철학적 담론을 부여하며 깜짝 놀랄 정도로 작품을 잘 읽어냈다고 말했다

 

김호석은 전통 수묵화(한국화)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대표적 화가다. 1999년엔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들은 지난 4년간의 작업 결과물이다. 바퀴벌레와 벌, 개미와 거미, 생선, 닭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소소하고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미물들 모두가 내가 모르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모든 작품마다 함축적 이야기가 숨어있다. 예를 들어 머리와 목 뼈만 남아버린 장닭을 그린 ‘Wrong choice, Right choice’는 살쾡이와 사투를 벌이다 죽은 닭에 관한 이야기다. “여주 작업실에 장닭, 암탉, 병아리 한 60마리 정도 키웠습니다. 어느날 밤에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데 살쾡이가 내려와 잡아먹는 듯 했지요. 다가가기가 더럭 겁이났습니다. 사람에게도 덤비거든요. 다음날 아침에 가보니 모두 다 죽어있는데 유독 한 마리만 형체가 없더라고요. 그게 장닭입니다. 무리를 지키려고 얼마나 덤벼댔는지 머리와 목 뼈만 남고 다 먹어버렸더라고요. 다른 닭들은 다 물어죽이는 정도였는데…. 그게 바로 리더의 역할입니다.”

 

또 앙상한 가시를 드러낸 생선을 그린기억은 기억한다는 참붕어와 고양이의 스토리가 숨었다. “집 근처 길고양이가 연못에서 참붕어를 잡아먹곤 했습니다. 알이 밴 암컷을 그렇게 좋아했어요. 어느날 고양이가 안보여 찾아보니 뒷마당 어딘가에 죽어있더군요. 그 옆엔 참붕어 한마리가 가시를 드러낸채 죽었는데 가시 끝에 핏물이 고여있었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발악을 한거죠.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 해를 입게 된다 사실을 고양이와 물고기가 말해줍니다

 

그는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은 진실을 호도할 수 있지만, 피는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피는 생명에 대한 존중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6 25일까지.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7052200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