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스
[김응기의 BIZ in 인도] <14> “망고가 아닙니다. 알퐁소입니다” | Writer | Admin | Date | 2017-05-19 09: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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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에서 관계 개선을 꾀할 때 종종 상대국 상징의 ‘무엇’을 도입하는 것으로 징표를 삼는다. 미국과 중국의 해빙 시그널은 중국 ‘판다’의 미국 도착이었다. 핵
문제로 냉랭하던 인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열린 2006년 핵 관련 정상회담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의 ‘망고’ 찬사가 그 어느 정치적 메시지보다 먼저 나왔다. 당시 부시는 “어느 과일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라고 인도 ‘망고’를
극찬하면서 즉각 수입해 미국민에게 맛보게 할 것이라 해 인도 여론의 호감을 얻었고, 이후 정상회담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인도 망고 수입을 금지했던 캐나다 역시 인도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 개방을
선언한 것은 망고를 핑계로 한 러브콜이었다.
한국 시장에서 매년 100% 이상 수입물량이 증가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열대과일이 바로 ‘망고’다. 한국인의 입맛을 점령한 망고는 주로 태국과 필리핀 그리고 대만에서 수입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이들 국가가 세계 최대 망고 산지인 줄 안다. 그런데,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기준으로 단연 세계 1위 망고생산국은 인도다. 하지만 세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수입허가가
나지 않아 국내 시장에선 여태껏 인도산 망고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던 ‘인도의 망고’가 드디어 올 4월
한국에 등장한다.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인도 망고는 인도의 대표적 과일이자 자랑이다. 인도 통상당국자는 무역 상대국을 둘로 나눈다는 풍문이 있다. 무역수지 적자인지 흑자인지가 아니라, 인도 망고가 수입되는 나라인지 아닌지로 나누어 정책을 펼친다는 풍문이다. 그럴 정도로 망고는 인도의 자존심이다.
이런 인도 망고이지만 이제까지 한국으로는 수출되지 못했다. 그 까닭에
인도의 대한(對韓)교역 불만은 무역수지 80억달러 적자도 적자이지만 그보다 ‘망고’로 인한 감성적 불만이 더 컸다. 이제 해결의 물꼬가 트였다. 한국 검역본부의 위험관리 절차가 끝나고 선적이전검사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올해부터 망고가 수입될 길이 열린
것이다. 첫 인도 망고의 한국 도착은 4월 초로 예상된다.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는 첫 망고는 1200종의 인도 망고 중 최고의
풍미로 꼽는 망고 중의 망고, ‘알퐁소(Alphonso)’이다. 단맛으로 으뜸이고 식감의 풍부함에서도 최고이며 향에선 따를 과일이 없다는 망고의 왕이라 불리는 ‘알퐁소’는 인도에서도 좀처럼 맛보기 어렵다는 귀한 품종이다. 뭄바이 경매시장을 통해 기업들이 선물용으로 대량 구입하는 바람에 좌판에 진열될 틈이 없단다. ‘알퐁소’ 도착은 망고 수입허용 의미에만 그치지 않고 곧 CEPA 개선협상에 청신호가 될 것이다.
또 직접적으로는 묶였던 한국산 사과의 대인도 수출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인도는 손꼽히는 사과 수입국이다. 망고로 조성된 우호적 분위기가 검역협상 타결을 이루어 수출될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과일 소비에 인도 망고가 더해진다고 크게 우려할 까닭은 없다. 고작 수입되던 물량 중 제한된 일부가 인도 망고로 대체될 정도에 그칠 것이다. 타국에 비해서 거리 문제로 항공운송밖에 가능하지 않아 인도 망고가 고품질이지만 대량 소비되기엔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게다가 망고 수입을 내주고 반대급부로 사과 수출의 활로를 급증하는 소비시장 인도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물량과 금액의 득실에서 ‘한국 사과’의 인도 시장 수출이 ‘인도 망고’의 한국 시장 수입보다는 더 클 것이다.
망고의 시그널은 한·인도 자유무역협정 개선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의 6위 수출대상국으로 부상한 인도가 최근 규정
따위로 점점 비관세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런 형편이기에 연말까지 반드시 개선합의를 해야 한다. 그러자면 인도의 적극적 협상 자세가 필요하다. 2차 CEPA 개선협상이 지난 2월 14일
인도 델리에서 있었으니 이제 3차 협상이 서울에서 곧 있을 것이다. 협상
테이블에 후식으로 ‘인도 망고’를 올리자. 인도의 프라이드를 올려주고 실리는 취하는 작은 제스처, 큰 의미가
아니겠는가? 망고처럼, 타국엔 개방되었으나 유독 인도엔 미양허된
품목을 찾아내어 선제적으로 눈에 보이는 작은 ‘둘:two’을
내주고, ‘상호동등성 협정’과 같이 이면에 감추어진 큰 ‘하나:one’를 얻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필자는 수 년 전부터 CEPA 개선의 필요성이 거론될 때마다, ‘망고’의 상징적 중요성을 제기해 한·인도 양측의 동감을 얻어낸 바 있다. 긴 논의 끝에 이제야 도착하는 ‘알퐁소’ 망고가 마치 신행길 꽃가마 타고 오는 신부만큼이나 기다려진다. 향으로 주변을 진동시키는 인도 망고와 과즙 풍부한 한국산 사과로 이루어지는 교역의 하모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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