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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500•1000루피 고액권 지폐 전격 폐지…인도 경제 충격•혼란
Writer Admin Date 2016-12-16 16:33

지난달 8일 모디 인도 총리는 예고 없이 500루피( 8500) 1천루피( 17천원)짜리 지폐 통화폐지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인도 경제는 난데없는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부패와 검은돈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는 현재 통용되고 있는 500루피와 1천루피 지폐를 118일 금일 자정부터 더 이상 법정 통화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국가·반사회 분자들이 비밀리에 모아둔 500루피와 1천루피 지폐는 이제 종잇조각이 될 것이다.”

 

이 같은 발표는 정부와 금융권, 시장까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 고액권 통화폐지 발표 방송을 본 시민들은 대부분 충격과 불안에 휩싸였다. 당장 지갑 속에 있는 500루피와 1천루피 지폐들, 그리고 비상금으로 모아둔 현금 뭉치들을 다음 날부터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그나마 은행계좌가 있는 인도 전체 인구의 53%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은행계좌 없이 살고 있는 23300만명의 인도인은 발표 당일부터 현재까지 충격과 불안·분노로 일관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장 가지고 있는 500루피와 1천루피짜리 지폐로 필요한 물건과 식품을 살 수도, 생산한 제품을 판매할 수도 없다.

 

인도 주요 도시에서는 자동인출기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다. 고액권이 폐지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100루피 지폐를 확보하거나 새로 발행된 500루피와 2천루피 지폐를 인출하기 위해서다. 긴 줄은 새벽 4시부터 시작되어 자정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인도 정부가 통용 중이던 고액권 화폐를 폐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고액권 지폐 폐지 결정이 검은돈을 쥔 부패세력들만 잡는 것이 아니라 현금에 의존하는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친다는 데 있다. 인도는 GDP에서 현금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2%. 인도와 비슷한 경제규모를 갖춘 나라들의 현금 경제활동 비중이 3~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인도 경제의 현금 의존도는 매우 높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인도 경제의 검은돈 대부분이 국외로 빼돌린 탈세자금이라는 것이다. 국립 공공금융정책연구소가 추산하는 인도 경제의 검은돈 규모는 인도 전체 GDP 65%인 약 13500억달러에 달한다. 이 중 약 5천억달러의 불법 자금이 인도인 명의인 외국은행에 있다. 인도의 진짜 검은돈들은 이번 고액권 화폐의 갑작스러운 폐지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몇몇 인도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고액권 폐지 결정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번 결정이 인도의 경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를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이다. 모디 총리가 말한반국가·반사회 분자들이 비밀리에 모아둔 500루피와 1천루피 지폐는 경쟁 정당들이 선거자금으로 모아둔 현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내년 초우타르 프라데시주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들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었다. 인도 북부에 위치한 우타르 프라데시주는 인도 선거의 전통적 격전지다. 우타르 프라데시주 선거를 이긴 당이 다음 총리선거에서 이긴다는 것이 인도 선거의 공식일 정도다. 따라서 집권여당인 인도인민당(BJP)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자 공을 들이는 곳이 우타르 프라데시주다.

 

이 같은 의구심 때문에 이번 통화폐지 조치는 의회의 정치적 공방에도 불을 붙였다. 케랄라주는 이번 폐지 조치는 연방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일방정책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모디 총리를 지지했던 인도의 최하층 신분인 불가촉천민, 차별받던 카스트들과 빈곤층 등 바닥 민심이 현 정부에 등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61215.010170750350001